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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는 일에서도 배울 것은 있었다

by moneyhoney4 2026. 6. 16.

나와 맞지 않는 일도 있다

살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와 잘 맞는지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처음에는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보다 힘들고, 마음이 지치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이 어렵다는 것과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다르다. 어려워도 보람이 큰 일이 있고, 크게 어렵지 않아도 이상하게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일이 있다.

 

나도 공부방 일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다. 아이가 모르는 것을 이해하고, 조금씩 성적이 오르고, 학부모님이 고맙다고 말해줄 때는 보람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선생님의 자리는 생각보다 무겁다.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태도와 습관, 학부모의 기대, 수업의 결과까지 함께 책임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문득 “이 일이 정말 나와 맞는 걸까?”라는 질문이 올라온다. 매일 반복되는 수업과 상담, 아이들의 감정,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감당하다 보면 마음이 쉽게 가벼워지지 않는다. 좋아서 시작한 일도 어느 순간 무게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이 일을 하며 배웠다.

공부방에서 배운 책임의 무게

공부방 일을 하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책임감이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선생님의 말을 오래 기억한다. “숙제는 미루면 안 된다”, “단어는 꾸준히 외워야 한다”,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더 힘들어진다” 같은 말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할 때마다 그 말이 나에게도 돌아온다. 아이에게 성실함을 말하면서 나는 내 삶에서 얼마나 성실한지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내가 완벽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게 되는 일에 가깝다. 아이가 하기 싫다며 울 때, 숙제를 안 해왔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나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조금 지나면 그 아이의 모습 속에서 내 모습도 보인다. 나 역시 하기 싫은 일을 미루고, 알면서도 반복해서 같은 실수를 하고, 해야 할 일을 피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자리는 때로 불편하다. 내가 한 말에 내가 먼저 붙잡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나를 조금 더 깨어 있게 만든다.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 결국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일이 된 것이다.

맞지 않아도 남는 것이 있다

어떤 일이 나와 완전히 맞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도, 그 안에서 남는 것은 있다. 공부방 일을 하며 나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같은 설명을 해도 아이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고, 같은 말도 어떤 아이에게는 힘이 되고 어떤 아이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말을 조금 더 조심하게 됐다.

 

또 반복의 힘도 배웠다. 아이들의 실력은 한 번의 설명으로 바뀌지 않는다. 단어 하나, 문법 하나, 문장 하나가 여러 번 반복되면서 조금씩 자리 잡는다. 처음에는 답답해 보였던 시간이 사실은 실력이 쌓이는 과정이라는 것을 가까이서 보게 됐다. 이 경험은 내 글쓰기와 독서에도 이어졌다. 글도 한 번에 좋아지지 않고, 독서도 한 권으로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복하면 무언가는 남는다.

 

맞지 않는 일이라고 해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내가 어떤 환경에서 더 잘 움직이는지 알려준다. 힘든 일은 나를 지치게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더 정확히 보게 만든다.

내가 원하는 방향을 다시 묻게 된다

공부방 일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는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다시 묻게 된다. 계속 이 일을 더 키워가고 싶은지, 아니면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길도 만들어가고 싶은지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불안했다.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괜히 흔들리는 사람처럼 느껴질까 봐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질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이 나와 맞는지 묻는 것은 도망이 아니라 점검일 수 있다. 무조건 참고 버티는 것만이 성실함은 아니다. 물론 쉽게 포기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어떤 일을 하면서 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계속 살피는 태도는 필요하다.

 

요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공부방을 하며 느낀 책임감, 반복의 중요성, 사람을 대하는 어려움, 돈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모두 글의 재료가 되고 있다. 내가 겪은 일이 나에게만 머물지 않고 글로 정리될 때, 그 경험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결국 모든 경험은 재료가 된다

맞지 않는 일에서도 배울 것은 있었다. 때로는 그 일이 내 적성을 확인하게 해주고, 때로는 내가 피하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고, 때로는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을 더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좋은 경험만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힘들고 불편한 경험도 시간이 지나면 생각의 재료가 된다.

 

공부방 일이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책임을 배웠고, 반복을 배웠고, 말의 무게를 배웠고, 사람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더 자주 묻게 됐다.

 

어쩌면 나와 완벽하게 맞는 일을 처음부터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해보면서 알게 되고, 부딪히면서 배우고, 불편함 속에서 방향을 조정한다. 지금 하는 일이 내 최종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그 일이 나를 조금 더 깊게 만들고, 다음 선택을 위한 재료가 되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지금의 일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 않으려 한다.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그 안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을 보고 싶다. 모든 경험은 결국 흘러가지만, 제대로 바라본 경험은 내 안에 남는다. 그리고 그 남은 것들이 언젠가 내가 가야 할 길을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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